지난 11월 4일, 저희 부부의 결혼 3주년을 맞아 문현정 자매가 쓴 글입니다. 한번 읽어 보세요. ^^
우리의 지난 3년...
11월을 유난히 좋아했다.
좋아하는 1이 둘이나 겹쳐서일까?
학교 다닐 때, 10월 31일에는 의례 11월 달력을 넘기면서 흥분했다.
유난히 11월의 바람은 맵고 때로는 아린 듯 아프지만 그래도 좋아.
호호 입김을 내면서 걷던 등교길도 그래서 더 좋았다.
우린 11월에 만났고, 11월에 결혼했다.
그이는 11월에 태어났다....
그이가 처음 나에게 왔던 그 11월로부터 4년이 흘렀다.
우린 이듬 해 11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새벽부터 부산을 떨지도 않았고 조용히 나만 미용실에 갔었다.
아무 감흥을 느끼지 않으려고 화장을 받고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그이가 왔다, 엷게 웃으면서 내 옆에서 나를 지켜봤다.
교회에 마련된 결혼식 셋팅 앞에 서기까지 우린 내내 웃었다.
웃고 마주보고 낄낄거리면서 장난을 쳤다.
나는 그이가 한 번 까르륵 웃으면 좋아라 더 장난을 치고.
그이는 장난 많은 내가 좋아라 까르륵 웃고.
철없는 애들이 결혼한다고 난리피우듯이 우린 좋았다.
11월 4일, 그이와 내가 비로소 부부가 된다고 선언했다.
식이 꽤 길었다, 송 기성 목사님은 주례사에서 그이의 옛 편지를
읽어주셨다.
어떤 아내를 만나고 싶은지, 그이는 어떻게 이제껏 공부하고
미국 생활을 했는지...사람들은 그 편지를 들으며 꺼억꺼억 울었다.
난 울면 마스카라화장도 다 지워지고, 붙인 인조 속눈썹도
걱정이 되어서 절대 울지 않겠다고 입술을 꼬옥 물었다.
아마 뒷 자리에 어딘가 미시간에 있는 남동생이 왔을까...
이 생각만 떠나질 않았다.
결혼식을 마칠 때까지 동생은 보이지 않았다.
99년 여름 유학을 떠나 얼마전 9월 그애를 만나기까지
우리의 침묵 4년동안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
동생은 그 날 부모님께 가 있었던 거다.
내가 집을 나가고 부모님이 굉장히 편찮으셨다고 했다.
학기중이었지만 도저히 안되어서 동생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 부모님댁에 가서 얼마간 지냈다고 했다.
서울이 갑자기 추워져서 마음이 스산하여 친한 선배형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아연하게 이러더란다.
'현식아! 지금 니 누나 결혼식에 우리 와 있다.'
동생은 이 이야기를 하면서 모질고 모질다고 했었다.
나는 이 준수란 남자가 왜 좋았던가 가만히 생각할 때가 있다.
그이는 자는 모습이 참으로 아기같다.
깨어있으면 목도 그렇게 많이 흔드는데 흔들지 않고.
공부한다고 구부리고 하도 책을 읽다가 한 쪽 눈이 돌아갔는데
그 두 눈도 가지런히 감겨있다.
그이는 자면서도 내가 무언가를 물으면 대답을 한다.
'여보, 지금 자? 내 목소리 들려? 당신 이름은 뭐야?'
'음, 들려...음 자고 있어...내 이름은 준수, 나이는 서른다섯'
그이는 밥도 우걱우걱 흘리면서 먹고, 흘리는 즉시 냅킨을 찾는다.
닦아가면서, 입도 닦고 식탁도 닦고 바쁘다.
드라마를 볼 때 내가 벌렁 누워서 그이 다리를 베고 큰대자를
펼치면 그이는 옛날 어릴 적 그이 집에서 함께 살았다는
황구, '쫑'처럼 가만히 책상다리를 하고 몸 중심을 잡느라
팔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있다.
내가 '당신 앉은 폼이 꼭 쫑같아...알아?' 댓구도 없이 웃는 그.
간혹 나는 짜증을 잘 부린다.
'내가 부모와 형제를 버리고 미국까지 왔는데, 당신은
나한테 사랑도 안주고 관심도 안주고...맨날 책만 봐'
투정을 일삼으면 씨익 웃으면서 '내가 언제?'하면서
팔을 벌여준다.
나는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슬픔과 그리움, 사무치는 부모님에
대한 죄스러움을 남편에게 토로하고 응석을 부린다.
그는 늘 나에게 한결같이 말한다.
'우리에게 늘 한 순간, 한 순간이 소중한거야.
모르겠니? 지금도 그런 순간일 뿐이지...'
그가 정말 나보다 네살 많은 친오빠같기도 하고, 나에게 그토록
자상함이 철철 넘쳤던 아버지도 같다가, 동네에서 흔히
'누나~'하고 엉겨붙는 동생같기도 하고...친구같기도 하다.
그이에게 밥을 차려주고, 빨래를 해서 이쁘게 입혀주고,
휠체어를 밀어주고...정말 이러려고 결혼했을까 싶다가도
그가 한 번씩 아무 생각없는 듯 툭 내뱉는 말 한 마디에
나는 하나님도 만나고 예수님의 억장무너지는 심정도
경험하고 그런다.
아마도 하나님이 나를 꽤 사랑하신게야, 틀림없어.
이 준수를 만나게 해 준 것을 보면...
가끔씩 그는 내게 짐이 되기도 하고, 따돌리기엔 너무
약한 친구라서 늘상 혹같은 느낌도 들고 그런다.
그러나, 나는 이내 마음을 또 다잡고 회개할 수 밖엔 없다.
내 마음은 그렇게 왔다리 갔다리 해도 그이 마음은 한 번도
나에게 있어 변함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나는 문 현정이 한 번도 싫은 적이 없어.
문 현정이 짜증펴도 난 이해해.
문 현정이 울면 난 그것도 이해해.
문 현정 자는 모습도 귀엽고
말 하는 모습도 귀엽고 그래...
문 현정 사랑해'
나는 올여름 심하게 우울하다가...급기야 먹지도
잘 못하고 혼자 힘들어했었다.
남편에게 극악무도하게 쌀쌀맞고 말도 잘 안했다.
그이가 밉고, 이기적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예수님이 또 나를 건드리신다.
'얘, 현정아 준수의 뒷모습을 보렴'
정말 뒷모습을 보니 난 또 억장이 무너진다.
그는 산처럼 거대하게 항상 내 옆에 있다.
어느 날 그 산이 나에게 홀연히 사라지진 않을까
염려가 생길만큼 그는 내게 한결같다.
우리의 3년...
나의 변덕과 끓어오르는 짜증을 맞서면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11월 그와 결혼한 기념일이 지나니...
그의 생일이 또 다가온다.
그는 무슨 복이 이렇게 많은가?
결혼기념일 선물 챙긴 지 얼마 되어서,
또 생일선물 챙겨야 하나 말이다.
그래도 늘 나에게...'귀여운 우리 마눌님, 문 현정'을
외치면서 '문 현정...나 냅킨 갖다줘...'
'문 현정 안경다리 또 빠졌어...'
'문 현정 신을 양말 없어, 빨래 언제할꺼야?'
'문 현정 나 이거 맛없어...딴 거 없니?'
끝없이 요구한다...
한때 나는 '당신 시녀하려고 내가 왔어' 그랬더니
'아냐...시녀 아니고 왕비'이런다.
어쩔 땐 얄밉고, 어쩔 땐 그가 아련하게 이쁘다.
그도 나를 도와주고 싶고 나에게 무언가를
해 주고 싶고 그럴것이다.
정말 정 광준 집사님 말씀처럼...
'준수씨가 현정씨 위해서 청소를 해도 백 만번 했고
설겆이를 했어도 그 만큼 했을거야.
그 속 마음을 우린 생각해야 해.
얄미워 하지 말구, 신랑한테 더 잘 해, 현정씨~!!'
'네에...그럴께요.'
그이는 지금 잔다.
일어나서 홈피에 들어와 이 글을 읽는다면
어떤 표정일까?
여보, 우리 3년 지났어...3년 3일!!
당신은 내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자꾸봐도 질리지 않는 당신, 좋아해~!!
그러니까, 나 좋아해 줘~!!
늘 이런 식이다.
그와의 앞으로 5년, 7년...
하나님 아버지는 우리에게 무엇을 예비하셨을까?
당신도 기도하고 있어?
문 현정 만나서 행복해요, 고마와요 아버지...하면서?
난 이 준수 만나서 행복해요, 때때로 나는 심통
다 받아주세요, 아버지...이렇게 기도해.
당신도 어김없이 기도하고 있지?
이 세상 끝까지 당신따라서 한 번 가볼께.
가다가 징징거리고 업자고 떼쓰고 그래도
나 미워하지 마, 여보.
얼마 전 현식이가 그래.
누나, 결혼은 평생 한 사람을 업고 가는 길이래.
가다가 허리가 휠 듯이 아파도 안내려놓는다는 약속.
누나도 형님한테 그런 이쁜 사람 되었으면 좋겠어.
난 자신없어, 여보...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되었는데, 내려놓기엔
좀 아깝지 않아? 하나님이 싫어하실 거야, 그치?
당신이랑 나랑...더 힘 내어서 가보십시다.
화이팅!!
항상 우리 두 사람을 기억하고 기도해 주는
여러분께 늘 감사합니다.
주 안에서 우리 사랑해요.
11월 어느 저녁...
준수 처, 현정 드림
황순원: 어머 이렇게 글을 잘 쓸 수가 있을까요. 11자의 사연들 참으로 재미있으면서도 마음을 찌잉하게 해주는군요. 전 해마다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일들이 있어요. 저의 생애를 몽땅 바꾸어 놓은 사건이 일어난 때가 겨울이었어요. 간염에 걸려 한국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탔을 때가 겨울이었지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후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을때도 겨울이더군요. 현정씨의 간결하고도 귀여운 글들은 저의 잔잔한 호숫가에 조각돌을 던지시네요. 언제 한번 얼굴끼리 만나보면 좋겠네요. 사랑해요.주 안에서. -[11/10-21:42]-
김인태 : 지난주 CMF 모임에서 사진찍던 김인태 입니다. 찍는 중에도 간증하시는 것 듣고 많은 은혜와 도전 받았는데 오늘은 행복한 질투까지 던져 주시네요. 아름다운 사랑, 행복한 부부, 주님이 함께 하시는가정임을 현정자매님의 글속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행복한 가정을 준비하며 소망하기에 이 글이 저에게 유쾌한 질투를 불러 일으키네요. 결혼 3주년 뒤늦었지만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두분의 사랑으로 인해 더많은 복음의 열매가 맺기를 기도합니다.
-[01/09-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