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신약성경 요한복음 9장 1절을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시는데 어떤 앞 못 보는 소경 한 명과 마주쳤다. 그 소경은 앞도 못 볼 뿐 아니라 옷도 아주 허름하게 입은 채 지팡이로 앞을 더듬더듬 짚으며 매우 조심스럽게 걸어가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제자들은 그 소경이 하도 딱해 보이고, 한편으로는 더듬더듬 걸어가는 모습이 우습기도 해서 예수님께 이런 질문을 드렸다.
"랍비여, 저 사람이 소경인 것은 그 자신의 죄입니까? 아니면 그 부모의 죄입니까?"
유대의 랍비들은 원래, 사람이 심신상에 어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면 그것은 분명히 그 사람이 태중에 있을 때부터 죄를 지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그 부모의 죄 때문에 그렇게 불행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가르쳐 왔다. 이에 제자들은, 항상 전통적 관습들을 부인하시고 언제나 약자들 편에 서서 새로운 구원의 말씀과 진정한 정의와 사랑을 선포하시는 예수님이 이 번에는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궁금해서 이런 질문을 드렸던 것이다. 역시 이번에도 예수님은 여태껏 사람들이 생각해 오던 것과는 다른 관점에서 이에 대한 해석을 내리셨다.
"저 사람이 소경인 것은 자신의 죄 때문도, 부모의 죄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기 위해서이다."
즉 예수님은 전통적 관습과는 달리 인간으로서 아무 가치도 쓸모도 없게 여겨지는 장애인들도 하나님이 사랑하시고 보호하시며 그 사람의 인생을 망쳐 놓은 장애조차도 그 것은 결코 저주나 귀신들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 실현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럼으로써 그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처지에 결코 실망하지 말고 더욱 더 열심히 살라는 희망과 용기를 불러 일으켜 주시고 그 주변 사람들에게는 이 몸 불편한 사람도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너희와 똑같은 인간이니 그를 차별하거나 업신여기지 말고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사랑하며 다른 사람과 똑같이 평등하게 대하라는 인간 존엄의 정신을 심어 주고 계시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성경에서 이 말씀을 가장 좋아한다. 이 말씀이야말로 예수님이 직접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눈이 멀어 생활에 여러 가지로 지장이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서 멸시와 천대를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의 능력을 나타내는 도구라니... 이 말씀은 정말로 뇌성마비 1급 장애라는 평생의 십자가를 지고 갈 나에게도 가장 감동적인 위로의 말씀이요, 가장 확신에 찬 의지의 말씀이다.

이렇듯 요한복음 9장의 말씀을 비롯하여 성경의 여러 말씀이 나에게 힘과 용기를 주신다. 나의 삶 속에서 생활이 무척 힘들고 고달플 때마다, 마음이 너무 우울하고 안타까울 때마다 또는 미래가 너무 불투명하고 불확실하게 보일 때마다 성경의 여러 말씀이, 아니 예수님 자신이 직접 나에게 잔잔한 위로와 마음의 평화를 주시고 나의 가혹한 운명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엄청난 힘과 용기를 불러 일으켜 주시는 것이다. 이렇듯 성경 말씀이 언제나 내 마음에 무한한 감동과 힘을 주셨기 때문에, 에수님이 항상 나의 삶을 주관하시기 때문에 나는 이 뇌성마비라는 치명적인 결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승리하는 삶, 축복 받는 삶을 영위해 올 수 있었다. 비록 나의 과거가 고난으로 점철되고 아픔으로 장식됐다 하더라도 하나님이 도와 주셨기 때문에 인간적으로는 연약하고 부끄러운 점이 너무나 많지만 그분의 특별하신 섭리와 계획에 따라 온전한 삶을 살아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믿는다. 그리고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 하여 선을 이룬다는 사도 바울의 말씀대로 나의 눈물과 호소를 하나님은 결코 외면하시지 않으셨다. 비록 나의 삶이 파란과 굴곡의 연속이었지만 하나님은 나에게 그러한 삶을 회피하지 말라고 하셨고 또한 그 분의 의롭고 강한 손을 뻗치사 항상 나를 지켜 주시고 보호해 주셨던 것이다. 그 어둡고 암울했던 시기, 좌절과 절망의 눈보라가 휘몰아쳤던 캄캄한 밤중에도 나는 십자가를 통해, 부활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차가운 새벽 하늘에 울려 퍼지는 닭의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저 동쪽 하늘 홀로 외롭게 떠 있는 샛별의 파란 반짝임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지만, 앞으로 나는 세 가지 난관과 싸워 나가야 한다. 첫째는 나의 불편한 육체적 장애와의 투쟁이요, 둘째는 자꾸 나약해 지려고 하는 정신력과의 투쟁이요, 셋째는 아직은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사회 체제와의 투쟁이다. 나는 반드시 이 세 가지 투쟁에서 승리 해야 한다. 그래야만 나의 육체적 장애와 사회의 구조적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나도 내 인생에서 승리하고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400만의 사람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길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 것은 나의 숙명이다. 절대로 물러서거나 회피할 수 없다. 내가 평생을 지고 가야 할 사명이요, 십자가인 것이다. 오직 이 길을 통해서만이 이 땅위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나라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굳게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항상 그 것을 변혁시키려는 사람을 중심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오늘날 나의 현실적 상황이 무척 암담하고 빈약해 보일지라도 나는 결코 실망하지 않는다. 좌절을 당하면 당할수록, 압제의 눈보라가 휘몰아치면 칠수록 그 것에 대항하는 나의 응전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도전에 대한 응전. CHALLENGE AND RESPONSE!! 이 것이야말로 인류 역사를 주도해온 원동력인 것이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내가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 자신도 아직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주 여호와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면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억압의 태풍, 밀려오는 환난 속에서도 언제나 살아 계신 성령님이 그 강한 손길로 나를 잡아 주신다면 나는 이 힘들고 고독한 싸움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주여, 당신께로 나아갑니다.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당신에 대한 믿음 하나만을 가지고 당신께로 달려갑니다. 주여, 저의 이 젊음을 받으소서. 저의 이 가슴 한 가운데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정열을 받으소서. 주님, 무척 고달프고 어렵습니다. 정말 너무 고독하고 힘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길만이 진리의 길, 생명의 길이라 믿고 저는 끝까지 이 길을 가겠습니다. 주여, 저의 이런 마음이 절대 변하지 말게 하소서. 저의 이 결심이 결코 흔들리지 않게 하소서. 언제나 저의 인생의 키를 잡아 주셔서 이 험한 길을 갈 때에 피곤치 않게 하시며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곧고 바르게 갈 수 있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주여, 당신이 간구하는 자의 기도는 항상 들으신다고 하셨으니, 당신께 부르짖는 자마다 반드시 응답하신다고 하셨으니 주여, 저를 통해, 이 부족하고 연약한 저를 통해 당신의 완전하신 소명 이루소서!!"

지금도 밖에는 눈이 내린다. 인간 세상사처럼 암담하고 우리 현실처럼 처절하게 십자가에 박힌 1994개의 못처럼 새하얀 눈이 캄캄한 새벽의 하늘을 가로질러 땅에 떨어져 수북히 쌓인다. 그리고 그 위로 세찬 바람이 휘몰아쳐 눈에 쌓인 대지를 꽁꽁 얼리고 있다.

그 꽁꽁 어는 대지 위에 서서 눈보라를 맞으며, 이른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들여 마시며, 영국의 시인 셸리가 불었던 예언의 나팔을 나도 불어 본다.
"If winter comes, the spring is far behind?"
"겨울이 오면, 찬바람 씽씽 불고 눈보라 휭휭 몰아치는 추운 겨울이 오면 봄이 어찌 멀리요?"
그러나 오늘밤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Hard and tough time could last forever, but strong man goes straight away !!
힘겨운 고통의 시간은 영원히 지속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인한 사람은 계속 나아간다.

이 준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