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 사도 바울의 고난과 나의 운명 -
사도 바울은 기독교 역사상 예수 그리스도 다음으로 가장 위대한 인물입니다. 그리스도께서 기독교 신앙의 근간을 창시하셨다면 바울은 이 믿음을 하나의 이론적 논리적 실체를 지닌 신학으로 발전시켰고, 아시아와 유럽 각지로 전파하여 로마제국시대 이후 기독교가 세계 종교로서 뿌리를 내리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원래 베드로나 요한 처럼 예수님을 따라 다니던 열 두 제자 중의 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오히려 예수를 믿는 사람들을 핍박하던 박해자였습니다. 그는 이스라엘 12지파 중 베냐민 지파에에 속한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인이었고 그리스와 로마의 선진 학문을 습득한 당대 최고의 석학이었으며, 당시 세계 제일의 영예를 누릴 수 있다던 로마의 시민권자였습니다. 이렇듯 정통 유대교적 환경에서 자란 그였기에 예수의 가르침은 한낱 허무맹랑한, 단지 사람들을 미혹하는 이단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으며 스데반 집사 등 초기 크리스챤들을 박해하는데 앞장 섰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결국 그리스도께 붙잡혔습니다. 다메섹(다마스커스)로 가던 그에게 예수님이 다가오셔서 그의 어두운 눈을 밝히시고 완악한 영혼을 고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거룩하신 말씀을 선포하는 사도로 삼으셨습니다. 이 때부터 바울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그는 자기가 지닌 모든 지식과 명예, 특권을 배설물 처럼 여기게 되었으며 오직 그리스도만을 사모하며 그 믿음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데 일생을 바쳤습니다. 그는 죽음의 고비를 몇 번이나 겪으면서도 유럽과 소아시아로의 전도 여행을 세 차례나 했고 수 없이 투옥 당하면서도 예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또한 신약 성서에 실려 있는 사도들의 서신들 중 대부분을 서술하면서 핍박 받는 교인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신앙을 붇돋워 주는데 모든 정성을 쏟았습니다.
이렇듯 엄청난 환난과 핍박 속에서도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강하고 담대하게 나아가던 그였지만 그에게도 많은 약점과 시험이 있었습니다. 신앙의 완성의 경지에 다다른 로마서에서 조차도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하며 자신의 약점을 탄식하였습니다. 이렇게 많은 곤란 중에서도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육체의 가시' 였습니다. 후세의 성서 학자들은 이 육체의 가시를 안질 혹은 간질병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바울은 이 육체의 가시를 제거해 달라고 하나님께 세 번이나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간절한 기도를 들어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내 은혜가 너에게 족하다. 내 능력은 약한 데에서 완전하게 된다' 라고 말씀하시며 바울에게 그 고난의 의미를 깨닫도록 하셨습니다. 이에 바울은 그가 하나님께 받은 엄청난 계시와 사랑에 대해 교만하지 말라는 뜻으로 육체의 가시를 주신 것이라고 깨닫고 그리스도의 능력이 그에게 영원히 머무르게 하기 위해 그는 더욱더 기쁜 마음으로 그의 약점들을 자랑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순교할 때까지 그는 오직 그리스도를 위하여 겪어야 했던 모든 병약함과 모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란을 기뻐했습니다. 그것은 그가 약할 그 때에 오히려 그가 강해진다는 강력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항상 이러한 바울의 체험을 나의 경우와 비교해 봅니다. 나 역시 어느 누구보다도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수없이 경험한 사람이지만 그와 더불어 너무나도 많은 약점과 고민을 지니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항상 강하고 당당하게 보이려고 무진장 애를 쓰지만 가슴 한 구석 깊은 곳에는 나의 신체적 장애로 인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항상 잠재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단적인 예로 나는 거울을 보는 것을 무척 꺼려합니다. 정상적이지 못한 나의 모습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럴 때마다 아직도 내가 나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는구나 하며 괴로워한답니다. 또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한테 나를 받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하고 자조하기도 하구요...
또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난 이 곳 학교에서 미국인 교수와 인터뷰하러 갈 때마다 너무나 심한 좌절감에 빠집니다. 바로 내 뇌성마비로 인한 언어 장애로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영어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에 너무나도 큰 어려움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호렙산에서 하나님께 안타깝게 호소했던 모세를 떠올리며 이렇게 간구를 드립니다.
"주님 저는 혀가 둔하고 입이 뻣뻣하여 말을 잘 할 수 없사오니 오직 당신만이 저에게 능력 주셔서 제가 저들로부터 수치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게 하소서 !!" 라고...
앞에서도 말한 "오호라 나는 곤고한 존재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날 건져내랴.." 하는 사도 바울의 고백이 내 입에서도 절로 나올 때가 많습니다.
이런 모든 좌절과 아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 가자니 너무도 많은 시련이 있지만 오직, 나를 위해 십자가에 매달려 피 흘려 죽으시고 다시 부활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만을 믿으며 나는 오늘도 이 험난한 인생의 여정을 한발자국 한발자국 전진해 갑니다. 그리고 지난 대학 시절 서강대학교 박홍 총장님이 나를 보실 때마다 하셨던 '상처 입은 조개가 진주를 맺는다' 라는 말씀처럼 우리의 모든 눈물과 희한들이 결국엔 기쁨의 씨앗이 되고 희망의 징표가 되길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우리는 고통을 당하면서도 기뻐합니다.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낳고 그러한 끈기는 희망을 낳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희망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속에 하나님의 사랑을 부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로마서 5:3-5)
"의인의 길에는 환난이 많으나 여호와께서 그 모든 환난에서 구하여 내시느니라." (시편)
이 준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