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을 덜 받음에 감사합니다.
지난 1월 8일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62회 생일을 맞이하였다고 한다. 널리 알려진대로 호킹 박사는 22살의 젊은 나이에 신체의 모든 근육이 굳어 버리는 희귀한 병인 루게릭병을 앓아 온몸을 전혀 쓰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 되었으나 불굴의 의지와 필사의 노력으로 천체 물리학 분야를 개척, 마침내 우주의 기원을 밝혀내는 위대한 업적을 이룩하여 뉴턴,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3대 과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고 있다.
불치의 병이라 하여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그 후로 40년을 더 생존하여 모든 장애와 어려움을 극복한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라는 명성을 얻은 채 에순 두번 째 생일을 맞이한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인생은 세상의 어느 무엇보다도 값진 것이며 우리로 하여금 인간의 의지와 정신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물론 불치병 진단을 받은 처음에는 그도 대단히 절망하여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오직 바그너의 음악만을 들으며 인생을 포기하려 하였으나 곧 생각을 바꿔 천체 물리학에 심취, 옥스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동대학 교수로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우주의 생성이 Big Bang에 의한 것이라는 새로운 우주 기원설을 발표하였다. 그는 한때 2000년대가 되면 우주의 시작에서부터 종말까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수학 공식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으나 지금은 21세기가 끝날 때까지도 이런 공식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이런 수학 공식이 존재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킹 박사의 불편한 신체조건에 대해 동정과 연민을 느낄수 있겠지만 그 자신은 이에 대해 농담하기를 즐겨한다. 비록 혼자서는 안경조차 제대로 고쳐쓸 수 없는 극도로 불편한 처지이나 오히려 그는 “조깅을 하거나 골프를 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유혹을 받지 않아서 좋다”고 하며 자신이 지닌 핸디캡의 장점을 자랑한다.
유혹을 받지 않아 좋다... 나 역시 이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 장애인들은 몸이 부자유스러워 바깥 활동을 많이 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답답하고 손해 보는 일도 많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그만큼 나쁜 유혹을 받을 기회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적다. 그러니 자연스레 죄지을 일도 거의 없다. 물론 장애 때문에 자신을 비하하고 세상을 비관적으로 사는 것도 죄긴 죄이지만, 특별히 남을 속이거나 해를 끼쳐 사회악을 조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고 싶어도 그럴수 없는 것이 우리의 처지다. 오히려 장애가 있어 능력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기 때문에 겸손한 삶을 살게 되고 다른 사람들 보다 더욱 더 하나님을 믿고 따르며 의지하게 된다. 결국 우리가 지닌 장애가 세상적으로 보기에는 불편하고 수치스런 것일수도 있겠지만 신앙적 관점으로는 유혹도 덜 받고 죄도 덜 짓게 하며 하나님과 가까워 질 수 있는 훌륭한 장점이자 은혜로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도 바울이 그가 지닌 육체의 가시를 기뻐하며 자랑스러워 했듯이 우리 장애인들 역시 우리의 처지에 항상 감사하며 이를 좋은 방향으로 자꾸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비록 우리는 1달란트의 능력 밖에 받지 못했으나 이를 계속 5달란트, 10달란트로 불려나가 먼 훗날 주님으로부터 ‘착하고 충성된 종아...’ 하며 칭찬받는 사람들이 되어야겠다.
나 역시 내가 공부를 하여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나의 뇌성마비 장애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장애를 앓아 외부활동을 할수 없었기에 공부에 집중적으로 매달릴수 있었으며 다른 나쁜 유혹을 받을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기에 비교적 바르고 곧은 삶을 살아 올수 있었다. 지난 날 한국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고 하루하루가 똑같은 따분한 생활이었기 때문에 공부외에는 특별히 할 게 없었고 그만큼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에 유학와 전동휠체어를 타고 혼자 여기저기 다니며 조금씩 활동의 자유를 얻게 되면서부터 유혹을 받는 빈도가 전보다 훨씬 늘어났다. 공부는 안 하고 밖을 쏘다니고 싶은 유혹, 기숙사 밥이 맛없다고 따로 맛있는 음식을 사먹고 싶은 유혹, 값비싼 전자제품이나 컴퓨터 부품을 사고 싶은 유혹, 그리고 하다 못해 도색잡지나 야한 비디오를 빌려다 보고 싶은 충동 등등 한국에서는 받아볼수 없었던 유혹들을 겪어가며 미국 생활을 하여왔다. 정말 자유가 생기고 여유로워지면 정신력이 약해져서 그만큼 죄지을 기회도 많아진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 곳에서 갖가지 유혹받는 생활을 통해 나의 진정한 신앙과 양심을 시험해 볼수 있다. 지난 날 한국에서는 유혹을 받을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에 타율적이고 수동적인 의미에서의 경건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장애인들도 충분히 죄지을 자유가 보장된(?) 이 곳에서 온갖 유혹을 물리쳐 가며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양심을 지키는 삶을 살아간다면 그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뇌성마비 장애인인 송명희 시인의 찬양 ‘나’에서처럼 참으로 공평하신 하나님이시다. 장애가 있어 생활은 비록 불편할지언정 세상적인 유혹과 죄에서 자유로움을 받아 경건한 삶을 살수 있고 죽어서도 구원과 영생이 보장되니 이 아니 감사한 일이 아니겠는가. 자기가 갖지 못한 것에 한탄만 하지말고 비록 작은 것이라도 하나님이 나에게 남겨주신 것들을 충분히 활용하여 선을 이루어 나가는 적극적인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2004. 1.
이 준수 드림
이 그레이스: 아멘.. 저 역시 싱글 마더로 편모 가정을 꾸려가며 싱글로서의 어려움도 있고 유혹도 있지만 그러나 내 자신을 온전히 주님만을 위해 드릴 수 있어서 더욱 감사드립니다. 준수님의 글속에 유혹에 대한 것..그래요 우리에게 믿음을, 거룩을 시험할 수 있는 귀한 기회이기도 하지요 준수님 평안하시죠? -[01/3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