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크리스챤헤랄드>3/3/04 에서 퍼온글입니다.
이정근 목사, 나성영락교회에 드리는 공개편지
주일 마라톤 참가는 바른 선택이 아닙니다
이정근 목사
(미주성결대학 총장, 유니온 교회)
사진: 이정근 목사
먼저 말씀드릴 것은 이런 글은 쓰고 싶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목회자가 논쟁적인 일에 끼여드는 것이 은혜 되지 않습니다. 제 교회나 잘 할 일이지 무슨 앞자락이 넓어서 남의 교회까지 참견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새로 부임하신 담임목사님이 모처럼 의욕을 가지고 해 보겠다는데 격려는 못할 망정 기를 꺾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공개편지를 써야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첫째, 어느 교회 성도이건 심지어 세상 사람들까지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는 것이 목회자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성경말씀 그대로, 옳은 것은 “예”라 하고 옳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하는 신학자의 양식 때문입니다. 셋째로는 교회일치운동을 증진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마지막으로, 나성영락교회가“영락교회성”을 회복하도록 기도하기 때문입니다.
■조용히 해결되기를 바랐습니다
나성영락교회의 교역자와 성도들이 마라톤대회에 참가한다는 신문보도를 보았을 때,“아니…나성영락교회, 당신네마저도?”그런 말이 저도 모르게 흘러나왔습니다. “부루터스, 너마저도” 하는 역사적 명언이 연상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교회가 다 세속화되어도 성결교회들과 영락교회들만은 세상 편으로 끌려가서는 안 된다고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 보도가 있은 얼마 후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장 취임식에 갔었습니다. 그 곳에 왔던 목회자들 사이에는 이대로 지나갈 수는 없다는 의견들이 팽배해 있었습니다. 공개질의서를 내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성경말씀대로 조용하게 해결해 보자고 지혜들을 모았습니다. 먼저 전임 교협회장이 마침 한 교단이기도 하니 담임목사님과 만나서 권고하고, 그래도 안 되면 현 임원진이 합석하여 권고하자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거쳤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그래도 미주기독언론인협의회에서는 포럼을 통하여 한 번 더 중재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소용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를 비롯한 교회연합단체들이 공개적으로 그 행사의 철회를 요청하게 된 것입니다.
세상이 알지 못하도록 조용하게“가만히 끊었더라면” 정말 좋았을 것입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나성영락교회가 주일 마라톤대회 참가를 철회했으면 합니다. 아니면 담임목사와 교역자들만이라도 삼가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성도들이야 시민 자격으로 참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주일은“하나님의 몫”으로 성별된 날입니다
림형천 목사님은 나성영락교회가 결코 주일성수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며, 주일의 삼대특성은 안식하는 날, 예배드리는 날, 선교하는 날의 셋이라는 것입니다. 나성영락교회가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은 이 세 가지 근거를 어기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림 목사님은 제일 중요한 성경적 근거를 빠뜨렸습니다. 그것은 바로“거룩히”지켜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십계명에 있는 대로 안식일을 기억하여“거룩히”지켜야 합니다. 거룩성은 하나님 성품의 근본이요 기독교 모든 진리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거룩하다”는 말은 구별한다, 분리시킨다, 갈라놓는다, 성별한다는 뜻입니다. 주일은“주님의 날”로 구별지어 놓으셨습니다. 그러니까 주일은“하나님의 몫”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을 목숨 걸고 청결하게 하신 예수님의 뜻이 어디 있습니까? 하나님의 몫인 성전의 회복입니다. 주일이 시간으로 표현된 하나님의 몫인 것처럼 성전은 장소로 표현된 하나님의 몫입니다.
“하나님의 몫으로 구별해 놓은 시간”에 세상이 주최하는 마라톤을 한다니까 예배를 아무리 잘 드린다 해도 성수주일을 파괴한다는 지적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주일 오후에 신자들만 모여 운동회 하는 것과는 차원이 전혀 다릅니다.
■온건보수신앙을 지켜야 합니다
선교하기 위하여 마라톤에 참가한다는 주장 참으로 값이 있습니다. 선교대명을 안고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고 했으니 용기 있는 결단입니다. 그러나 문제가 어디 있는지 좀 짚어 보겠습니다. 그것은 바로“너희는 거룩하라,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레19:2)는 성결대명을 무시한 선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세상의 소금이 되는 것은 소금의 맛을 가지고 있을 때만 가능한 것입니다.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겠습니까? 교회는 세상 안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았다는 말씀에도 유의하기를 바랍니다. 교회가 행여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는 미명 아래 이 세대를 본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롬12:2).
보십시오, 결혼식은 하나님 보시기에 심히 기뻐하시는 일이요 예수님도 가나 혼인잔치에 참석하여 도우셨습니다. 그리고 전도의 열매도 맺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제 교회는 주일에 결혼식 하겠다 하면 막을 길이 없게 됩니다. 특히 예배가 없는 시간에 성전을 사용하겠다 해도 전도를 위하여 허락해야 합니다.
조금 더 나가겠습니다. 지금 동성애자를 목사로 안수하자는 사람들의 근거가 무엇입니까? 선교입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동성애자들을 선교하려면 예수님이 육신을 입고 오신 것처럼 동성애자가 된 사람을 목사로 안수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영국성공회가 동성애자를 주교로 임명한 배경입니다.
신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성영락교회의 신앙노선이“온건 보수”에서“온건 진보”로 옮겨가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이 마라톤 사건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기는 한국에서도 보수는 극단이건 온건이건 모두 수구세력으로 매도되고 진보가“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좋게 보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허지만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기독교의 기본진리를 변질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이 그 기본진리의 하나입니다.
■교회일치운동을 주도해야 합니다
주일 마라톤 참가를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주일 마라톤”을 다른 날로 옮기도록 하자는 이 곳 한인교회들의 기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일자변경운동에 전적으로 협력하겠다고 공언했다지만 나성영락교회 때문에 벌써 김이 많이 빠지고 말았습니다. 로스 퍼레이드도 새해 첫 날이 주일이면 그 다음 날에 하고 역사 깊은 보스턴마라톤대회도 주일에는 안 한다는 사례도 휴지가 되고 만 것입니다.
나성영락교회는 앞으로 국가기관이나 시민단체가 주일에 하는 행사를 합법화시킨 책임을 두고두고 져야 합니다. 과거 코리언 퍼레이드를 주일 오후에 했습니다. 남가주교회협의회는 이를 다른 날로 옮기는 운동을 벌여 마침내 토요일에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행사가 다시 주일 오후에 하겠다고 해도 말리기 어렵게 생겼습니다. 나성영락교회 때문입니다.
세상이 주최하는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하여 주일 성수를 외치는 다른 교회들에게는 바리새주의라는 딱지를 붙여 비판한다면 이것이 과연 나성영락교회가 가야 하는 길일까요? 오히려 나성영락교회는 여러 가지 여건으로 보아 교회일치운동을 주도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영락교회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영락교회가 자아성 위기(identity crises)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리학적인 전문용어가 되어서 설명이 어렵습니다만 쉽게 풀면“영락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영락교회 모든 교역자와 성도들의 공감대가 허물어졌다는 뜻입니다. 그 대답이 중구난방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회 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주일성수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걱정스러운 사태입니다.
영락교회는 서울에서 시작되었지만 부산이나 광주에도 있고 미주와 세계 여러 곳에도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영락교회가 무엇이냐는 대답이 점차 흐려지고 있습니다. 생활력 강했던 이북피난민을 위로하는 교회, 온건보수신앙의 보루, 교회일치운동의 본산, 균형 잡힌 믿음의 모범, 학교 병원 고아원 모자원을 세워 건강한 사회선교를 했던 교회, 독재자편이라는 오해를 받으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늘 중립을 유지해 온 교회,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교회 전체를 앞장서서 이끌고 가는 지도적 교회… 이런 것들이 영락교회성 혹은 영락교회의 자아성일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립니다. 나성영락교회가 주일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은 바른 선택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이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고전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