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구약성서 '사무엘상'편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 얘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기에는 ‘달걀로 바위 치기󰡑처럼 소년 다윗에게 극도로 불리한 싸움이었지만 오직 여호와 하나님의 능력을 믿는 신앙의 힘으로 그 거대한 블레셋 거인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최근 이스라엘 벤 구리온 의과 대학의 신경학 교수인 블라디미르 버지너 박사는 어린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물리칠수 있었던 원인을 다음과 같이 과학적으로 분석해 놓고 있다.

버지너 교수의 주장은 대략 이렇다.“골리앗의 키가 성경 기록대로 3m에 가까웠다면(약 2m75cm) 그것은 그가 선단비대증(先端肥大症)이라는 일종의 뇌하수체 질병을 앓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 병을 앓고 있는 경우에만 몸이 그렇게 커질 수 있다. 그런데 이 질병은 진행되면서 종양을 수반한다. 종양은 시신경을 눌러 시각에 손상을 가져온다. 따라서 시각에 문제가 있었던 골리앗으로서는 재빨리 움직이는 다윗을 제대로 볼 수도 없고 돌팔매질을 피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은 그들의 조상 다윗의 이러한 통쾌한 승리를 항상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그들이 나라를 잃고 2000년 동안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온갖 핍박과 설움을 당하면서도, 히틀러로부터 동족 600만이 학살당하는 끔찍한 고난을 겪으면서도 그들은 늘 이 소년 다윗의 용기와 기상들 마음속에 되새기며 다윗왕이 이룩했던 위대한 이스라엘 왕국의 재건을 꿈꾸어 왔을 것이다. 결국 그들은 1948년 팔레스타인 땅에 그들의 국가를 건설하였으며, 이후 주변 아랍 세계의 수 많은 도전과 공격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굳건하게 지켜오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이스라엘의 국가적 규모나 능력 면에서 보았을 때 그들은 더 이상 소년 ‘다윗󰡑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 군사적으로 명실상부한 󰡐중동의 골리앗󰡑이 되었다. 또한, 그 엣날 골리앗을 대장으로 내세웠던 막강한 블레셋, 즉 지금의 팔레스타인도 현재는 󰡐골리앗󰡑이 아니다. 국가도 아닌 자치정부에 불과할 뿐 병력도, 무기도 이스라엘에 비하면 형편없이 열악하다. 결국 다윗과 골리앗이 3000년 만에 완전히 자리바꿈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스라엘은 그 옛날 블레셋에 시달림과 수모를 당한 분풀이라도 하듯 팔레스타인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자살 폭탄테러에 대한 응징이라지만 마치 다윗처럼 돌이나 기껏해야 소총으로 무장한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을 상대로 미사일과 F-16전투기까지 동원하고 있는 판이다. 혹독한 시집살이를 겪은 시어미가 며느리에게 더 가혹하다더니 살던 땅에서 쫓겨나본 경험을 공유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태도가 딱 그짝이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국내외에서 비난과 비판의 소리가 높지만 극우파인 아리엘 샤론 총리는 조금도 굽히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이 아랍 전체를 상대로 한 전면전으로 이어질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직까지 아랍국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의아해할 만큼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해도 이스라엘은 3000년전 골리앗이 다윗에게 패했듯이 오늘날의 골리앗도 다윗에게 무너질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골리앗의 패인이 이상비대증에 따른 시각장애 때문이었다는 버지너 교수의 주장은 군사력 측면에서 이상비대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이스라엘로서는 특히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다윗과 골리앗의 자리바꿈 현상은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도 찾아 볼수 있다. 1979년 10월 신민당 김영삼 총재가 유신 권력에 의해 국회의원과 당총재직에서 면직 처분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을 거인 골리앗에 맞서는 소년 다윗에 비유하며 박정희 독재정권과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했었다. 이런 그였지만 그가 정작 대통령이 되어 국가를 통치할 때는 그 역시 '눈먼 골리앗'이 되어 있었다. 바로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를 망각하고 오만과 독선에 빠져 '선단비대증'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김 대통령 역시 과거에는 군사독재에 죽음으로써 항거한 용감한 '소년 다윗'이었지만 대통령이 된 후에는 '눈먼 골리앗'이 되어 무능과 실정만을 거듭하여 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정치지도력에 대해서 도전에 대한 응전에 성공한 창조적 소수자도 다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낡은 방식만 되풀이하면 어느덧 지배적 소수자가 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아무리 똑똑하고 용감한 소년 다윗이라도 초심을 잃고 교만과 나태에 빠져 자기 개혁과 변화를 지속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눈먼 골리앗이 되어 또다른 다윗에게 패배할 수 있음을 인류 역사는 무수히 증명해주고 있다. 바로 다윗 자신이 하나님의 뜻을 어기고 악행하였을 때 아들도 죽고 왕위에서도 쫒겨나는 수모를 겪지 않았던가. 현재 각종 부패와 비리에 휘말리고 있는 노무현 정부 사람들도 부디 부단한 자기 개혁과 변화를 통해 선단비대증에 걸린 눈먼 골리앗이 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준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