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피곤한 무릎을
꿇을 때인가 봅니다.

마주보며 오던 낯익은 얼굴,
낯설게 외면하며 돌아서 가고,
우정을 나누던 친구들마저
하나둘씩 떠나갑니다.
아픔을 딛고 머무는 곳마다
불청객의 자리에 있어야 할 때,
낯선 사람 불현듯 나타나
저주의 말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황량한 들판에 서있는 마음,
그 마음 어디에도 쉴만한 곳은 없는데
절망이 절벽처럼 다가섭니다.

이젠 피곤한 무릎을
꿇을 때인가 봅니다.

영혼의 그릇에 고운 눈물 담아
그 눈물 기꺼이 드릴 때인가 봅니다.
황폐한 마음의 땅을 고르게 하시고,
목마른 그 땅에 생명의 물로
빗물처럼 내리게 하실 아버지,
그 평안의 포구(浦口)에 돌아와
이젠 영혼의 닻을
내릴 때인가 봅니다.

-임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