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어쩌다가 이렇게 된건지 알 수가 없었다.

왜 여기로 걸어오게 됐는지조차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

나는 항상 그러듯이,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읽고 면도를 하고,
머리를 손질하며 하루를 시작하려 했다.

그때였다.
커피를 올린 주전자가 채 끓기도 전에,
거실과 베란다를 접하여 울리는 전화벨 소리,

뚜욱.. 뚜욱..
두번의 신호음 그리고 정적, 다시 두번의 신호음

왠지 받기가 귀찮아졌다.
내것이 아닌냥 느껴져 그리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단지 벽하나일뿐인데,
나는 오늘도 끝내 저 벽을 넘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이 곳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는 지금 시점에선,
저 주전자의 물이 다 끓도록 그저 베란다로 비치는 하늘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냉장고의 음식들을 정리하고,
밀린 설겆이들을 하고서,
몇개나 되는,
그러나 비어버린 방들을 청소하고서야,

저녁이 밝아오는 것을 느꼈다.

내게는 익숙한 저녁의 빛이,
내 동공의 확대뿐만이 아닌,
내 마음까지 확연하게 들춰내 비추는 것이 마냥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 어느분께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겠다던,
그 다짐을 비웃으며,
혼자서 살아왔는데..

작디 작은 이 일상의 고리는 도무지 풀리지를 않고,
얇지만 굳건한 저 벽에 막혀,

다시 돌아가기만 한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는 것 같다.
공간은 변하질 않았지만,
지난 몇년 사이 나는 나이라는 것이 지나쳐,
이제는 제법 어른이 된 듯 하니깐.

그 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