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과 장애인 주일이 겹치던 2003년 4월에 쓴 글로서 400만 한국 장애인의 선교와 인권,복지 향상을 위해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저의 생각을 적어 보았습니다.>

장애인 주일을 지킵시다.

지난 4월 20일은 부활주일인 동시에 한국 장애인 선교 주일이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수 많은 한인교회들은 이 날이 부활주일인 것만 기념해 이에 대한 성대한 행사만을 벌였을 뿐 장애인 주일이었다는 것까지 기억하는 교회는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아직도 한국 교회에서 장애인의 위치가 미미하고 그들에 대한 선교나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며 장애인 주일의 제정 취지와 목적, 그리고 올바른 장애인 선교를 위해 한국 교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간략하게 밝혀보기로 한다.

세계 장애인의 해였던 1981년, 한국 정부는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해 기념하기 시작하였고, 한국교회에서는 1993년 한국기독교협의회(KNCC) 제42차 총회 당시 장애인의 인간다운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한국교회 실천 강령을 채택하였다. 이후 각 교단은 4월 20일을 전후해 장애인 주일을 지키게 되었다. 장애인 주일의 제정 취지는 한국기독교협의회의 실천강령의 서문을 통하여 일변할 수 있다.

"우리는 장애인도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존엄한 존재임을 믿는다. 따라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삶의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차별과 소외는 하나님에 대한 죄악임을 고백한다. 그 동안 우리는 장애인들이 비인간적으로 차별당하는 현실에 무관심하였으며 그들과 함께 생활하려고 하기보다 우리도 그들을 차별하였으며 기피하였던 잘못을 고백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과 더불어 살며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하여......"

결국 한국교회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과 똑같이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지음 받은 장애인을 차별하고, 무시하여왔던 현실에 대하여 무관심했던 ‘죄악’을 고백하고, 장애인과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더불어 살고자 하는 바른 의지를 천명한 것이 장애인 주일 태동의 동기였다고 할 수 있다. 이후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면 지난 10년간 한국교회는 장애인과 함께 하려고 하는 노력을 과연 얼마나 해왔는가? 이 질문에 우리는 여전히 부정적인 대답일 수 밖에 없다. 아직도 수 많은 한국교회에서 장애인은 자신들과는 거리가 먼 무관심의 대상이거나, 우리 교회엔 이런 사람들도 다니고 있다는 것을 광고하기 위한 교회 홍보용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천명하였던 실천강령과 장애인 주일 지키기 운동은 도저히 무시될 수 없는, 오히려 해마다 새롭게 생각하며 실천에 옮겨져야 할 21세기 대중 민주주의 사회에 걸맞은 시대적 요청이다. 따라서 모든 한국교회는 장애인주일 지키기 운동에 앞장서야 하고, 이를 통해 모든 인간이 하나님 앞에 평등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깊이 확인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한국교회에서 장애인 주일 지키기 운동을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을까?

첫째는 모든 교인들이 장애인들의 고통을 직간접으로 이해하는 계몽활동의 확산이다. 예를 들어 교회계단을 올라오거나 내려갈 때, 다리를 묶고, 혹은 안대를 대고 이동하는 장애체험을 실시한다던가, 또는 예배나 주일 성경 공부, 특별 세미나를 통해. 성경에 나타난 예수님의 장애인관을 이해하고, 교회가 할 수 있는 장애인선교 프로그램에 대해 연구해 보는 것이다.

둘째는 장애인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 주일만큼이라도 지역사회 내의 장애인을 교회로 초청하여 자리를 같이하고, 대화하고, 조별로 나누어서 교제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각장애인시설의 장애인, 농아인 교회와의 연합예배 내지는 선교회별 교류, 특수학교의 장애인을 초청하여 통합예배를 실시하는 것, 그리고 장애인 중에서 특별한 달란트를 갖고 있는 사람의 간증을 통하여 은혜를 나누는 것이다.

셋째, 장애인 시설을 방문하는 것이다. 장애인이 살고 있는 시설들 예를 들면 수용시설, 이용시설(장애인복지관), 특수학교, 그룹홈(장애인4-5명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 내 소그룹 거주시설), 장애아동 어린이집 등을 방문하여 뜻있는 친교의 시간을 함께 갖는 것이 좋다. 물론 이를 위하여 성경에 나타난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교육, 그리고 장애인시설과 교회와의 교류증진을 위한 자매결연 등을 맺고 지속적인 활동으로 연결시킨다면 더욱 의미 있을 것이다.

넷째는 교회 내에 장애인과 함께 하는 부서를 신설, 지원, 참여하는 것이다. 교회학교 장애인부를 설치하는 것은 단지 교회 내에 장애인부서 한 개를 두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장애인과 함께 하는 운동의 전초기지를 건설하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장애인을 '저 멀리 어디엔가 있는 존재, 일부러 시간과 돈을 들여 한번 찾아 가줘야만 하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만나고 그 안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할 뿐 아니라 더불어 살 수 있는 공간을 교회 안에 두는 운동을 말한다. 교회학교 장애인부서는 장애인과 일반인을 분리하고자 하는 고착된 운동이 아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장애인과 일반인이 그리스도 안에서 떡을 떼며 찬양을 하는 공동의 자리를 확보하고, 교회를 성경적인 초대교회 모습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운동이다.

다섯째는 장애인을 교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양육하며 제자화하는 일이다. 모든 장애인들은 교회의 진정한 일원이 되기를 소망한다. 세례를 받고, 성찬에 참여하면서, 교회와 사회를 위하여 봉사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 기독 장애인의 간절한 소원이기도 하다. 교회는 이 작은 소망을 성취하도록 도와야 할 책임과 사명이 있다. 이를 위하여 정신지체, 자폐, 다운증후군 등의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이라 할 지라도 교회에서 제자화의 과정에 참여시키고, 나아가서 교회와 사회를 위하여 자신을 드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외모를 취하지 않고 오직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여섯째, 장애인 교역자의 목회 참여와 장애인 신앙 상담실 운영이다. 장애인 교역자를 구제의 대상이 아니라 선교의 주체자로서 장애인선교의 일선에 내세우거나 혹은 일반 목회의 현장에 참가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신앙적인 고민, 진로와 결혼, 이성교제 등에 관하여 상담할 수 있는 상담실개설 등이 교회에 필요하며, 이 상담실에 장애인 교역자를 배치하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일 수 있다. 그리하여 가족, 혹은 사회에서 해결할 수 없는 장애인의 고민을 청취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랑의 공간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4월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의 달이다. 하늘 보좌 영광 권세를 다 버리시고 친히 인간의 약한 몸을 취하셔서 약한 자를 위하여 오셨을 뿐 아니라 약한 자를 돕고 약한 자를 강하게 하시려고 십자가를 지시고, 제 3일 되던 그 날 아침에 약한 자로 하여금 약한 자의 몸을 완전히 벗고 변화된 몸을 입게 하시기 위하여 부활의 승리를 보여주신 예수님! 그 예수님을 유일한 구세주요 동시에 하나님으로 고백하며 믿고 따르는 우리 한국교회는 장애인 주일, 장애인의 달을 엄숙히 지킴으로써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장애인과 하나 되어 기쁨을 나누고, 더 나아가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모든 노력과 열정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한국 교회와 사회에서 장애인의 위상을 강화하고 그들이 보다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신학적으로 뒷받침 하는 일에 최선을 다 해야겠다.

이준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