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목(回生木)이라니?
뭔가를 암시하는 듯한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낱말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낱말은 필자가 조심스레 조합해서 만든 번역어이기 때문이다.
원래의 낱말은 ‘Survivor Tree’즉 ‘살아남은 나무’인데, 이 설명에 대한 마땅한 단어를 찾을 길이 없었다. 고민하며 생각한 끝에, 껄끄러워 보이는 이 단어 하나를 만들고 말았는데, 그러고 나니, 어색하지만 볼수록 그 의미가 솔솔 풍기는듯 싶어 좋다...
기사회생(起死回生)한 나무(Survivor Tree), 거기엔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내가 오클라호마 시 국립기념관(Oklahoma City National Memorial & Museum)에 도착한 때는 오월 하순이었다.
현장이 가까워옴에 따라 다소의 긴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는 그곳이 미국전역은 물론이요,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준 연방정부 빌딩 차량폭탄 테러사건의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폐허의 현장이었던 곳, 그러나 당시의 참혹한 광경은 사라지고, 모든 게 잘 정리된 상태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티모디 맥 베이(Timothy McVeigh)가 건물 앞 주차장에 이삿짐용 트럭을 주차한 때는 1995년 4월 19일 아침이었다.
그리고 차량에 탑재된 대형 폭탄이 폭발한 시간은 9시 2분.
오클라호마 시와 미국의 역사를 영원히 바꾸어 놓은 폭발음이 지축을 흔들었다.
이어서 1,450만 달러를 들여 건축한 연방정부 빌딩의 북편 거의 대부분이 폭삭 내려앉았다. 갈비뼈를 연상하게 하는 건물 내부가 앙상하게 드러나고, 168명의 생명들을 참혹하게 앗아갔다.
폭발 당시 발생한 폭풍의 위력이 대단하여 주위의 여러 건물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한 불럭 건너편의 종탑이 크게 훼손되었고, 피해를 입은 건물들 가운데, 특히 연방정부 건물 북쪽 길 건너편에 위치한 저널 레코드 빌딩의 내부가 많이 망가졌다. 그 건물 바깥벽에는 당시 날아온 파편에 맞은 자국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연반정부 건물 쪽으로 난 저널 레코드 빌딩 앞 언덕에 서있던 한그루 느릅나무(American Elm Tree)도 결코 예외일 수는 없었다.
폭발 당시에 폭풍을 타고 날아온 여러 파편을 맞은 이 나무는 거의 뽑혀 넘어질 뻔 했었다.
그러나 나이가 90년이나 되는 이 나무는 대형파편에 맞은 큰 자국들을 흔적으로 안은 채, 참혹한 죽음과 혼동의 와중에서 벗어나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로부터 십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비스듬한 자세로 살아온 이 나무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무성한 나무가 되었다.
그리고 대지에 넓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나무에게 'Survivor Tree'(회생목)라는 이름을 만들어 주었다.
‘회생목’은 죽지 않고 살아서 참혹한 사고 현장을 지켜온 나무에게 걸 맞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이 나무는 참혹했던 사고 현장을 지켜보았고, 큰 비극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의 아름다운 역사를 지난 수 십 년 동안 지켜보면서, 지금도 그 역사를 무언으로 증언하고 있는 셈이다.
이 나무가 그 무서운 폭풍 속에서도 어떻게 그토록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회생목’의 팻말에 새겨놓은 짧은 글이 그 해답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도시와 이 나라의 정신은 결코 좌절되지 않을 것입니다. 깊이 뿌리박힌 우리의 믿음이 우리를 지탱하여 주기 때문입니다.”
이 나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대지에 깊이 박힌 튼튼한 뿌리 때문이었다.
사람들과 동행하시는 아름다우신 하나님의 손길과, 믿음의 사람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스도를 믿는 견고한 믿음을 가진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다.
어려움 속에서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참고, 견디어내고, 소망을 품고 나아간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모든 것을 받아 누린다
.
이것이 인간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아름다우신 섭리의 과정이다.
하나님의 아름다우심이 거기에 있다.
그곳을 떠나오면서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5월의 해맑은 햇살을 받으며, 회생목(回生木; Survivor Tree)은 여전히 거기 서있었다.
-임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