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교사가 기도를 하거나 복음을 전하면 불법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변화를 미국이 세속화되는 증거로 보고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도 최근 미션스쿨에서 학생들을 의무적으로 채플에 참석시키거나 종교과목을 필수적으로 가르치는 것을 금지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크리스챤의 입장에서 과연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저와 함께 밀알에서 사역하시며 ‘기독교세계관네트워크’ 총무를 맡고 계시는 천진석 목사님이 제시한 의견을 인용해봅니다.>

미국은 국가 수립 이전부터 ‘청교도’ 정신에 입각한 제도 운영이라는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공립학교에서 교사가 수업시간에 기도를 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되어있었습니다. 지금도 대통령이 취임할 때 성경에 손을 얹고 기도하며, 취임식 다음날 있는 국가기도회는 기독교 예배로 치러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교의 다원화, 사회의 세속화의 결과로 점차로 이런 당연지사로 여겨지던 공무에서의 기독교적 신앙표현에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급기야는 이제 공립학교나 군대에서 모든 학생이나 군인을 대상으로 기도를 하는 것이 불법화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많은 교회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제 기독교 국가로서의 미국은 끝난 것이 아니냐는 낙담의 소리도 들립니다.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봅니다.

그리스도인의 신앙고백은 단지 ‘사적’인 종교행위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 앞에서 예수는 그리스도임을 고백하고 전도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실존입니다. 그러므로 교사가 자신의 신앙을 학생을 포함한 모든 사람 앞에서 믿는 그대로 드러내거나 전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당연한 것입니다.

문제는 그 복음을 전하는 방식에 있을 것입니다. 복음전파는 ‘권력’에 의존하면 결코 안 됩니다. 권력이란 타인을 나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강제적인 힘을 말합니다. 교사는 학생에게 권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교사의 눈 밖에 나면, 그 학생의 학교생활은 고달파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립학교에서 교사의 공적인 행위로 기도가 이루어진다면, 어떤 학생들에게는 억지로 따라가야만 하는 결과를 빚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전파되는 복음은 진정한 복음이 아닙니다.

오히려 교사의 성숙한 인격과 교육에 대한 헌신으로부터 형성되는 자연스러운‘권위’가 학생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그 교사의 신앙에 관심을 갖게 하고, 또 그 신앙도 따를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교사가 정말 교사다운 교사로 세워지는 데 있습니다.

공립학교에서 공적으로 기도를 금지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서 일견 안타까운 일처럼 보이지만, 이런 제약이 오히려 ‘순수한’형태로 복음을 전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여전히 기독교적 가치가 사회 곳곳에 스며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소금과 빛의 삶을 살아간다면, 전도는 계속 이루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그리스도인 교사상은 ‘십자군’과 같은 정신으로 밀어붙이는 전사로서의 교사가 아니라,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대로 겸손히 발을 씻기는 섬기는 봉사자로서의 교사입니다. 이런 그리스도인 교사들이 많아지면, 그 교사를 따르는 - 그 교사의 신앙까지도 수용하고자 하는 - 학생들이 많아질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 천진석 목사 (살림교회 담임, 기독교세계관네트워크’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