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승자된 미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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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투수 아만도 갈라라가(오른쪽)가 3일(현지시간) 타이거스의 홈구장 코메리카파크에서 짐 조이스 주심에게 출전선수 명단을 건네며 악수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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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이틀 새 두 가지 역사를 새로 썼다. 141년 MLB 역사에서도 20번밖에 안 나온 ‘퍼펙트 게임’이란 대기록이 1루심의 오심으로 물거품이 됐다. 자칫 심판 판정 불복과 경기장 폭력 사태로 번질 수 있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22년 경력의 심판은 즉각 실수를 인정했다. 대기록을 놓친 투수는 눈물을 훔치면서도 심판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백악관까지 나서 판정 번복을 권고했지만 MLB는 “오심조차 경기의 일부”라는 원칙을 지켜냈다. 난장판이 될 뻔했던 야구장은 심판·선수·MLB와 팬이 모두 이긴 축제의 장이 됐다.
발단은 2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추신수 선수가 속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경기에서 비롯됐다. 디트로이트 선발 아만도 갈라라가는 9회 말 투아웃까지 26명의 타자를 맞아 한 차례도 진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안타·볼넷·몸맞는 공·실책이 하나도 없는 퍼펙트 게임을 눈앞에 뒀다. 27번째 타자가 1루 앞 땅볼을 치는 순간 디트로이트 홈구장 코메리카파크를 가득 메운 팬들은 대기록 작성을 예감하며 환호를 지르기 시작했다. 1루 송구도 정확했다. 누가 봐도 아웃이었다. 그런데 1루심 짐 조이스는 돌연 세이프를 선언했다.
경기는 디트로이트의 3대 0 승리로 끝났지만 야구팬의 반발은 거셌다. 인터넷에선 안티 조이스 사이트가 곳곳에 생겼다. MLB 사무국엔 “조이스를 당장 자르라”는 항의도 빗발쳤다. 그러자 조이스 심판이 용기를 냈다. 비디오를 되돌려본 그는 “내 심판 인생의 최대 오점”이라며 “오심으로 퍼펙트 게임을 놓친 갈라라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디트로이트의 명장 짐 릴랜드 감독은 이튿날 클리블랜드와의 재대결을 앞두고 갈라라가를 불렀다. 출전 선수 명단을 주심에게 전하는 일을 일부러 맡겼다. 이날 주심은 전날 오심을 한 조이스였다. 갈라라가와 만난 조이스는 다시 한번 오심을 사과하고 투수의 등을 두드려줬다. 갈라라가는 북받치는 감정에 눈물을 훔쳤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그에게 팬들이 격려의 환호를 보내자 그는 환하게 웃으며 모자를 벗어 답례했다. 갈라라가는 “실수를 인정한 조이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경기 후 디트로이트 구단은 갈라라가에게 제너럴모터스(GM) 시보레의 명품 스포츠카 코르벳을 선물했다.
야구팬은 갈라라가의 퍼펙트 게임을 인정하라고 메이저리그를 압박했다. 심지어 백악관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MLB가 사후에라도 갈라라가의 퍼펙트 게임을 인정했으면 한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MLB 최고 수장 버드 셀리그 커미셔너는 “오심도 야구의 일부”라며 “판정 번복은 있을 수 없다”고 잘랐다. 대신 그는 “현재 홈런과 파울을 가리는 데만 허용하고 있는 비디오 판정을 폭넓게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프로 스포츠 중 비디오 판정을 인정하지 않는 종목은 야구와 축구뿐이다. 기브스 대변인은 “실수를 인정한 심판과 이를 받아준 투수의 용기는 감동적이었다”며 “이번 일은 야구뿐만 아니라 워싱턴 정가에도 큰 교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